새만금 수시배정 해제 '미스터리'…전북 국회의원 "정상적 예산을 왜?"

박기홍 기자(=전북) 2024. 4. 1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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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들 "해제 환영하지만 근거와 타이밍이 왠지…"

제22대 총선이 '여소야대'로 마무리된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새만금 주요 SOC 예산을 수시배정 예산으로 묶었다가 총선 직전에 중간용역 결과를 토대로 해제한 것을 두고 여러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17일 전북 정치권에 따르면 기재부는 새만금잼버리 대회 파행 직후인 지난해 8월 말에 새만금 주요 SOC 예산을 부처 요구액 대비 무려 78%나 삭감한 채 발표했다. 전북자치도민과 정치권이 강력 반발에 나섰고 같은 해 12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3000억 원이 겨우 복원됐다.

▲새만금 국제공항 조감도 ⓒ전북특별자치도
여야는 당시 합의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 통과에 앞서 '새만금 SOC 사업과 관련한 부대의견'을 달았고, 지역민들은 "사실상 빼앗긴 예산을 절반 정도 되찾는데 그것도 '조건부'로 토를 달아 놓느냐"며 "전북도민의 상처에 두 번 소금을 뿌리는 격"이라고 울화통을 터뜨렸다.

당시 여야가 합의한 부대의견은 '새만금 SOC 사업은 2024년 6월 종료 예정인 적정성 검토 결과를 감안해 전라북도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서 새만금 개발에 적절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현재 적정성 검토를 시행하고 있는 신공항, 지역 간 연결도로는 2024년 예산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새만금 적정성 검토를 이유로 일부 SOC 예산을 '수시배정'으로 묶어 놓았다가 올해 2~3월 경에 새만금 신항만과 내부개발 관련 예산을 먼저 해제했고, 새만금국제공항 327억원과 지역간 연결도로 116억 원 등 총 443억 원의 예산은 총선(10일) 이틀 전인 지난 8일에 해제해 정치권의 논란이 증폭됐다.

국가재정법 제43조 5항에 근거한 ‘수시배정 예산'은 국회에서 확정된 예산이라도 사업계획이 미비하거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은 사업 등에 대해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산배정을 보류할 수 있도록 묶어두는 예산을 뜻한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도당위원장과 이원택 국회의원이 지난해 11월에 국회에서 새만금 예산 전액 복원을 위해 투쟁하는 모습 ⓒ한병도 의원 페북 캡처
지역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예산 편성·집행권을 존중하지만 왜 하필 총선이라는 정치적 민감시기에 기재부가 갑자기 시혜를 베풀듯 수시배정 예산을 해제했는지 배경이 궁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야 부대의견에서도 볼 수 있듯 새만금 주요 SOC와 관련한 적정성 검토 용역이 올 6월에 최종 윤곽을 드러낼 방침이지만 기재부는 중간용역을 토대로 수시배정 예산을 풀어줘 "각급 기관이 중간용역을 토대로 중대 결정가 내린 사례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문제도 제기된다.

'중간용역'은 통상적으로 최종 용역으로 가는 징검다리 성격으로 용역의 수정·보완을 위한 것이지 중대 결정을 위한 용역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과 민간단체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기재부가 새만금 주요 SOC 사업과 관련한 예산을 '수시배정'으로 묶어 놓은 것에 대해서도 전북 정치권은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던 '뜬금포'"라는 입장이어서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회 이원택 의원(김제 부안)은 "작년 말에 국회에서 새만금 SOC 예산을 복원할 때 여야가 합의를 해서 세운 정상적인 예산이었다"며 "당시 적정성 검토라는 조건을 깔았지만 '수시배정예산'으로 묶는다는 협의를 한 적도, 기재부로부터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원택 의원은 "SOC 관련 점검용역을 한다고 하니 상황을 지켜보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수시배정'으로 묶었다가 비공개 중간용역을 토대로 불과 3~4개월 만에 풀어주는 절차를 이해할 수 없다"며 "아무리 정부가 예산의 편성권과 집행권을 갖고 있다 해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있어 저간의 사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북 정치권에서는 지역의 최대현안인 새만금 관련 예산이 묶여 있다가 풀어진 것에 대해서는 크게 환영하면서 △총선 이틀 전에 해제한 점 △중간용역을 근거로 삼았다는 점 △중간용역의 비공개 논란 △굳이 수시배정 예산으로 지정한 배경 등에 대해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전직 공무원 K씨는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이 새만금 속도전의 필요성을 강하게 어필하는 등 지속적으로 건의해 해 온 것이 정부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겠느냐"며 "민심을 달래기 위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사회에서는 "기재부가 5월 이후에 수시배정 해제에 나섰다면 2025년도 새만금 예산 확보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내부 절차상 걸리는 시일을 고려해 4월 초순에 해제한 것 아니겠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재부가 수시배정 예산으로 묶을 경우 각 부처에 통보해 줄 수 있지만 굳이 국회에 보고할 의무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굳이 총선 이틀 전에 수시배정을 해제한 점이나 중간용역을 근거로 삼았다는 점, 3~4개월 만에 해제하려 했다면 아예 처음부터 묶지 말고 관련 예산을 쥐고 있다가 내려주면 모양새가 더 좋았다는 점 등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어서 논란의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기회에 22대 국회에서 행정부가 국가재정을 일방적으로 배정하거나 묶어두는 등 국가재정 남용의 일방통행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박기홍 기자(=전북)(arty13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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